2008년 08월 06일
길가에 누운 새 한 마리를 보았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수요일 아침, 그러니까 대략 삼사십 분 전의 일이다.
외대앞역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인도 언저리에 새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연록색 깃털이 아직 매끈해 보였던 작은 새의 눈동자는 왠지 처량했고 서글펐다. 인간이 만들어 낸 딱딱한 보도를 원망하는 듯한 처연한 그 눈동자와 마주했다. 부끄러웠다. '인간'이라는 종의 한 개체의 입장에서라기보다는, 동질의 영혼을 갖고 있는 생명체로써 나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그 길에 새가 누워있다는 것이 어쩐지 범죄처럼 느껴졌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얻어맞아 다친 몸을 쓰레기 속에 누인 채 서서히 죽어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현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자주 그래왔듯이 위험한 현장은 어서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았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작은새의 선명한 깃털은 외대앞역 공사장에서 피어오르는 먼지에 뒤덮이고,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새까매질 것이었다. 발길에 채이다 보면 차도로 밀려나 육중한 무게감으로 밀고 들어오는 트럭 따위에 짓밟혀 더러워지고 납작해질 것이 뻔했다. 상상이 거기까지 치닫자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에게 보도란 너무나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무덤이 될 것이었다.
지나치려던 김밥천국에 들어가 남는 신문지를 찾았다. 뒷면에 역대 애마부인 사진이 들어있는 스포츠신문을 집어들고 작은새에게 돌아갔다. 그를 신문지로 싸서 학교로 들어갔다. 살짝 감아쥐었는데도 서늘한 죽음이 느껴졌다. 그 뻣뻣하고 차갑고 가벼운 육체는 소소한 전율과 두려움이었다. 단 몇 분의 걸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새는 말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이렇게도 뻣뻣하고 차갑고 가벼운 거야.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바로 한끝 차이 아니겠니.
새의 무덤을 찾아 외대의 풀밭을 돌아다녔다. 사람이 적게 다니면서 흙이 고운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침 나무가 굵고 잎이 많아 그늘이 넓은 땅을 찾았다. 부삽이 없어 마치 개처럼 뒷발로 흙을 팠다. 새를 묻을 수 있을 정도의 깊이로 팠다. 그곳에 그를 내려놓았다. 나는 그의 눈을 다시 바라보지 못했다. 그저 손으로 흙을 뿌리고 발로 무덤을 톡톡 다질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새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나의 왼손엔 서늘한 죽음이 남아있었고, 나의 어리석은 감각은 아침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나무그늘의 시원함에 이미 물들어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손을 씻어 그 죽음을 잊어보려 했다. 하지만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날 있었던 사건 아닌 사건은, 이렇게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뿐이었다.
외대앞역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인도 언저리에 새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연록색 깃털이 아직 매끈해 보였던 작은 새의 눈동자는 왠지 처량했고 서글펐다. 인간이 만들어 낸 딱딱한 보도를 원망하는 듯한 처연한 그 눈동자와 마주했다. 부끄러웠다. '인간'이라는 종의 한 개체의 입장에서라기보다는, 동질의 영혼을 갖고 있는 생명체로써 나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그 길에 새가 누워있다는 것이 어쩐지 범죄처럼 느껴졌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얻어맞아 다친 몸을 쓰레기 속에 누인 채 서서히 죽어가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현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자주 그래왔듯이 위험한 현장은 어서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았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작은새의 선명한 깃털은 외대앞역 공사장에서 피어오르는 먼지에 뒤덮이고,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새까매질 것이었다. 발길에 채이다 보면 차도로 밀려나 육중한 무게감으로 밀고 들어오는 트럭 따위에 짓밟혀 더러워지고 납작해질 것이 뻔했다. 상상이 거기까지 치닫자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에게 보도란 너무나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무덤이 될 것이었다.
지나치려던 김밥천국에 들어가 남는 신문지를 찾았다. 뒷면에 역대 애마부인 사진이 들어있는 스포츠신문을 집어들고 작은새에게 돌아갔다. 그를 신문지로 싸서 학교로 들어갔다. 살짝 감아쥐었는데도 서늘한 죽음이 느껴졌다. 그 뻣뻣하고 차갑고 가벼운 육체는 소소한 전율과 두려움이었다. 단 몇 분의 걸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새는 말하고 있었다.
죽음이란 이렇게도 뻣뻣하고 차갑고 가벼운 거야.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바로 한끝 차이 아니겠니.
새의 무덤을 찾아 외대의 풀밭을 돌아다녔다. 사람이 적게 다니면서 흙이 고운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침 나무가 굵고 잎이 많아 그늘이 넓은 땅을 찾았다. 부삽이 없어 마치 개처럼 뒷발로 흙을 팠다. 새를 묻을 수 있을 정도의 깊이로 팠다. 그곳에 그를 내려놓았다. 나는 그의 눈을 다시 바라보지 못했다. 그저 손으로 흙을 뿌리고 발로 무덤을 톡톡 다질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새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나의 왼손엔 서늘한 죽음이 남아있었고, 나의 어리석은 감각은 아침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는 나무그늘의 시원함에 이미 물들어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손을 씻어 그 죽음을 잊어보려 했다. 하지만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 날 있었던 사건 아닌 사건은, 이렇게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뿐이었다.
# by | 2008/08/06 07:31 | 무한회귀의 주인장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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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빨개지는 아름다운 말씀 어쨌든 감사합니다;;;;;
왠지 비둘기 같은 것 보다는 누군가 키우다 길잃고 헤매던 새가 아니었을까.싶네.
본인 스스로가 길을 잃은건지 타의에 의해 내동댕이 당한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다행이네.
시멘트 덩어리가 아닌 흙으로 돌아가서...
수고했다.
흙으로 돌려보낸 거 나름대로 잘한 거 같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