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다 자살에 갖는 사람들의 관심이 더 불편하다.

다들 사는 게 팍팍한가 보다. 너무 힘들고 지치나 보다.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태어나는 건 선택할 수 없어도 죽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는(적어도 그럴 가능성은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차근차근 죽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차근차근 보도된다.

 

신문에서는 죽음의 이유를 제시한다. 사업 실패 때문에, 우울증 때문에, 이혼 후 후유증 때문에, 차별 때문에, 억압 때문에, 과거의 기억 때문에...

 

지금껏 자살이 사회문제화되지 않은 때라곤 고대 시대 밖에 없을 것이다. 항상 죽음에 이유를 붙여야만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은 오늘도 새로운 죽음에 새로운 이유를 붙인다.

 

사실 그런 행위는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난 뒤 그걸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가까운 사람들이 망자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도리어 죽음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타인들 뿐이다.

 

오늘도 이틀 전에 또 한 사람의 연예인이 죽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김지하 선생 같은 이는 사람 목숨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 자살은 범죄라는, 독실한 기독교인 같은 말씀을 하신다.

 

그래요, 틀린 말씀은 아니지요.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 아니겠어요. 그런데, 망자에게 또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라고 봐요. 이유야 어쨌든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잖아요. 최진실 법을 만든다고 해서 계속되는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요. 종교의 힘으로 어루고 달랜들 갑갑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만 한다면 그것이 과연 그 사람을 진정 '치유'해주는 행위가 될까요.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남이 죽던 말던 상관없이 살자는 말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덤덤히 받아들이고,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굳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만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죽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갖다 붙이지 좀 말고. 그런 관심은 불편하고 불필요하다.

by 에드슈 | 2008/10/08 23:42 | 무한회귀의 주인장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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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gmund at 2008/10/09 00:04
죽음을 '다루는' 보도들까지 어쩌면 그렇게 공장제 물건처럼 판박이같고 똑같은지...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아먹는 인간들 못지 않게 저런 식으로 음으로 양으로 죽음을 이용하는 인간들

역시 다른 의미의 '죽음을 파는 상인' 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에드슈 at 2008/10/10 21:51
기자 입장이라면 기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라고 생각은 합니다.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요;

'알 권리'가 먼저인가, '침묵할 권리'가 먼저인가 라면 답이 안 나오는 문제긴 해요. 그저 가치관에 다른 선택이 있을 뿐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로우 at 2008/10/09 20:41
무서워. 요즘은 인터넷을 키기만해도 내가 원치 않는 자살 보도를 본다는건 썩 기분좋지 않아.

내가 킬위드미라는 영화보고 죽는줄 알았거든?
지금 막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기삿거리로만 내는 사람이나.
충격적이란 이름하에 자신의 궁금증을 챙기기 위한 사람이나..
어떻게 봐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거부감이 막 들어.

원래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
떠들어대는것은 결국 계속 살아가는 다른사람들 아니겠니...나도 그렇고.
Commented by 에드슈 at 2008/10/10 21:53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어떤 댓가가 아닐까?

어쩌면 그저 우린 '충격! 인기 배우 ooo 사망!' 따위의 선정보도를 싫어할 뿐인지도 몰라.

하지만 보고 있기가 껄끄러운 건 어쩔 수 없구나.
Commented by Hendrix at 2008/10/10 08:07
어쩌면 자살에 대한 상징을 팔아먹는 지도 몰라. 가장 권력에 안전한 형태로.

어제 켄 로치의 <자유로운 세계 It's a Free World> 봤다~ 완전 재미있더만.. 근데 너무 빽빽해서 불편할 틈도 없었어. <경철수고>를 읽는 느낌이랄까? 노동의 소외와 자본의 착취는 어떻게 시작되는 가? 본원적 축적에 대한 물음이었어.
Commented by 에드슈 at 2008/10/10 22:00
네 말대로 권력의 입장에서는 그저 아이콘만 필요한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징이든 뭐든, 그걸 이용해 먹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는 거 같다.

경제학원론 수업도 듣고 다른 경제학 수업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경제학은 개량할 수 없는 것을 개량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다음(예: 시간), 그걸 경제적 가치(돈)로 환산하는 게 기본이구나 라는 걸 새삼 생각해. 거기서 모든 건 시장의 이익으로 바뀌고 모형화된다는 것... 그런 분석력이 경제학의 장점이자 단점이랄까. 그런 논리와 연구의 흐름으로는 노동의 소외나 자본의 착취는 전혀 없는 듯한 인상이고. 뭐 더 공부가 필요하다만.-_-;;

자유로운 세계 나도 보고 싶다~
Commented by Hendrix at 2008/10/11 01:20
야~ 고고70 완전 작살.
역시 조승우 멋죠브러. 신민안의 춤도 예술.

단성사 갔는데. 그 영화를 11시 40분 타임이라 하여 4명이서 본다는 것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안타까움인가를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리뷰 보러 와라~ ㅋ
Commented by 에드슈 at 2008/10/11 21:10
고고70... 보고 싶긴 했다만, 뭐 요즘은 문화생활은 좀체로 GG...-_-;;;

리뷰는 낭중에 보도록 하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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