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학기 종강했습니다. 5년만에 들어간 학교는, 어렴풋이나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전과 별다를바 없는 사이클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뒤늦게 생각합니다.-_-;;; 그 사이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똑같았습니다. 소소하게 달라진 몇 가지(건물이 다섯 채 정도 새 걸로 바뀌었다든지. 학교 앞에 스☆시티가 생겼다든지. 그 건너편에는 커다란 하얀거탑이 생겼다던지. 아, 제가 다니는 학교는 전국사립학교 부동산의 제왕 K모 대학입니다;;)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2. 복학할 때쯤 포스팅에서도 말했었지만 원전공인 정치외교학과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서 학교로 돌아갔지요. 그런데 이게 왠걸, 경제학도 공부하고 싶어서 다전공을 질렀더니 기초도 없는 상태에서 한 학기 내내 끙끙 앓아버렸구먼요(정외과 수업은 이미 학점이 꽉차서 들을 필요도 없어졌고;;). 밑천도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불나방 같은 꼴이었달까요.-_-;;; 그래도 중간고사 쯤 지나고 나니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아는 들으니 그나마 다행. 문제는 이번 기말고사도 발렸다는 거...OTL
3.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경제학은 고독한 사람의 학문이라는 겁니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걸 전제로 들어가죠('합리적 기대이론'처럼 발상을 극대화한 것도 있습니다만).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실현의 장, 시장. 경제학은 시장이 얼마나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합니다. 물론 사회과학인 만큼, 이 실험은 '사고실험'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이기적 인간들의 합리적인 행동'에서는 인문학적인 향기는 일절 제거되었지요. 경제학을 공부하다보면 여기서 설정하고 있는 인간은, '사고하는 기계'로서 얼마나 외로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재밌는 건 경제학을 중흥시킨 사람들은 인문학적인 마인드를 겸비했다는 거죠. 도덕철학자였던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해서, 여성의 참정권과 기회균등을 지지한 존 스튜어트 밀도 그렇고, 현대 미시경제학의 기초를 닦은(그러니까 복잡한 수학과 단순한 그래프로 수많은 인문학도들을 질리게 한 장본인) 알프레드 마셜이 그랬죠. 자본주의의 이단아 케인즈는 또 어떤가요. 그는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깊었고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케임브리지 맨(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학자들)은 전문적 지식과 높은 교양을 가진 엘리트들이었고, 대부분의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케임브리지 맨이었다는 사실은 경제학과 그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인식을 생각한다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역설적입니다.
5. 결론적으로 경제학은 '사회공학'으로서 기능한다는 인상이 듭니다. 처음부터 사회에 대한 발전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로서 존재한 학문이죠. 그러다보니 근대 물리학(특히 열역학)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미시경제학은 적어도 이론내적으로는 투쟁(?)의 여지가 적지만, 국가 단위의 경제와 국제거래를 논하는 거시경제학에서는 이론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 게 장난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는 케인즈주의 vs 통화주의죠.
이들의 논쟁이 시사하는 바는 경제학에서, 특히 거시경제 분야에서 정해진 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어떤 목적과 방법으로 공동체를 이끌 것인가 라는, 가치관과 사회윤리의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경제학은 가치관의 노예입니다. 사회공학기술로서, 도구로서 기능하기 때문이죠.
6. 이러니 저러니 썰을 풀어도 어차피 학점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죠. OTL 과연 이번 학기는 몇 점까지 방어할 수 있을런지.ㅎㄷㄷ 하지만 확실히 경제학은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학문입니다. 미시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조세론이나 자본시장이론 같은 과목들은 훨씬 더 머릿속에 잘 들어왔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D+인건 말없이 성적삭제 고고씽; 어쨌든 이번 학기 동안, 교수님들과 같이 배운 사람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 2008/12/2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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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글수 : 12












덧글
Mitena 2008/12/20 02:42 # 답글
종강 ㅊㅋㅊㅋ~ 캬우 이번 방학이제 돈벌러 고고씽? ;ㅁ;난 결국 오늘도 마셔서(조금밖에 안마셨지만;) 결국 3일연짱 술마시게 생겼구나..ㅜ.ㅜ 이런이런;;
leopord 2008/12/20 14:56 #
이제 알바의 바다로 풍덩~;;술 적당히 먹게나. 조심조심.
백면서생 2008/12/20 03:37 # 답글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leopord 2008/12/20 14:57 #
그냥 잡담인걸요;; 그러고 보니 연말도 다가오는군요:)
산왕 2008/12/20 03:48 # 답글
경영학과에선 경제학, 산업공학, 핵물리, 법학 등등 다양한 과의 전공을 전공선택으로 인정해 줍니다만, 역시 사람들은 경제학을 가장 선호하죠. 저는 거시경제에 데인 후 차라리 공대과목을 듣기로 했습니다만 orz
leopord 2008/12/20 14:58 #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다전공 제도가 있어서, 두세 학과의 전공을 공통으로 인정해줍니다. 그런데 S모대는 그 폭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나 보군요.아니, 근데 거시경제와 어떤 악연이 있으셨길래;;; 왠지 핵물리 간지나 보입니다만.ㅎㄷㄷ;;
耿君 2008/12/20 09:27 # 답글
종강 축하해요 ㅎㅎㅎㅎ
leopord 2008/12/20 14:58 #
감샤감샤ㅎ
올비 2008/12/20 20:24 # 답글
학점은 못얻었을지 몰라도, 학점으로 얻을 수 없을 큰 가르침을 얻으셨단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전국사립학교 부동산의 제왕이라는 표현에서 모든 걸 눈치채버렸...(엉?)
leopord 2008/12/21 02:32 #
다음 학기엔 정말 큰 가르침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ㅠ그 놈의 땅이 문제죠...(버엉)
로우 2008/12/24 05:14 # 답글
그 좁은 땅에서 땅따먹기 하는거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지.그 땅은 다 어디서 나는건지;;;;ㅋ ㅋ
종강이라.ㅋ 휴식이 필요하겠건만 또 한학기를 유지하려 달려야겠구나.
나도 이번주는 연말피크라 줄창 달린다.
에효 어째 이놈의 생활은 별로 달라지는게 없냐 싶은데
내가 변하는게 아니니까 당연한건가 하고 넘어가기로 했음.ㅋ ㅋ ㅋ
크리스마스 이브다. 메리크리스마스.
덧.나 바빠서 아직도 우체국 못갔다; 갔다와서 연락할게; 미안;
leopord 2008/12/24 13:39 #
좁아도 땅은 땅인게지ㅎ적당히 쉬고는 있다. 알바자리 두 곳에 이력서 보냈는데 연락 기다리고 있어. 좋은 소식 있겠지.ㅋ
너 사는 거 그대로인거야... 너도, 모두가 다 예상했잖냐.ㅋㄷㅋㄷ
너도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너 시간 될 때 해. 바빠서 못 넣은 줄 알고 있은 걱정말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