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국회 국제망신. 하지만 외국이라고 안 그랬을까. 현실정치비판

국회 공성전 외국 해외토픽에 실림
(요조 님 포스팅)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유럽과 미국이 아시아에 비해서 의회민주주의의 전통이 더 길었다는 건 두말할 것이 없다. 뒤집어 말해, 그만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는 것인데 SBS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몸싸움을 많이 한다는 것은, 분명 팩트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이는 공성전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자 누가 있으랴. 그에 대해서는 남녀노소 좌우불문이겠지.

조심해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의 의회정치와, 영미의 의회정치를 분리해서 보도하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팩트다. 특히 정략적인 목적으로 의회투쟁을 벌이는 아시아는 의회에서 난동을 부리는 자에게 의원자격을 박탈시키는 규정이 엄격히 지켜지는 영미/유럽보다 저질정치를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영미/유럽이라고 해서 의회투쟁이 없었을까? 의회민주주의의 역사는 다른 모든 역사와 마찬가지로 시행착오의 역사다. 영국과 같이 귀족회의에서 출발하여 왕당파와 공화파의 대립으로 점철된 역사도 있고, 프랑스 대혁명 후의 혁명의회와 같이 피로 쓰인 역사도 있다. 1776년 독립한 미국은 어떤가. 주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둘러싸고 연방주의자와 공화주의자가 벌인 격렬한 대립은? 더군다나 그토록 얌전할(?) 것 같은 영국의 의회정치는 한 번의 내전을 벌였고(크롬웰과 청교도 혁명), 그 결과 왕의 목을 잘랐다(찰스 1세).

이들의 젠틀한 셔츠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다려졌다는 사실을 빼놓으면 곤란하다구, SBS.

문제는 아젠다(주장)다. 방송은 팩트를 가공하여 특정 아젠다를 전달하는 도구다. 아젠다를 뺀 언론/방송의 중립성은 빹 없는 찐빵 같은 것. SBS의 보도는 의회 진행을 방해하는 야당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 "그래, 정치인 놈들이 그렇지."라는 식으로 냉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활용하면서.

어차피 남이 하는 말 곧이 곧대로 듣는 세상도 아니지만, 정치적 냉소가 세련된 쿨함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보도였다.

건질 건 딱 하나, 우리나라 의회에도 페어플레이를 위한 엄격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집권당의 정치적 노리개가 되어서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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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명랑이 2008/12/21 03:53 # 답글

    한국의 평화는 북한이 지켜주고 있답니다. 그 "내전"에 관해서는.. ㅋ
    공통의 적이 살인병기를 들고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으니 어디 "젠틀한 셔츠를 다릴" 겨를이 있어야 말이죠. ㅋ 1960년에 한번 시도했더니 그 "피와 땀"으로 각잡힌 군복을 다려버리지 않았습니까. 쩝.
  • leopord 2008/12/21 03:58 #

    전 한국전쟁 역시 일종의 '내전'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어서요...쩝;;;

    그러게요. 이 나라에서는 셔츠가 아니라 군복을 다려버렸군요. 그것도 30년 가까이-_-;;;
  • 요조 2008/12/21 05:27 # 답글

    중요한 건 지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이 포스팅 논리대로라면 박정희의 개발독재도 용인되어야 할 겁니다... 저야 뭐 용인하는 입장이지만.
  • leopord 2008/12/21 14:00 #

    저의 정치적 포지션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군요;;;

    영미/유럽의 의회주의가 피투성이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박정희의 개발독재도 '민주화와 경제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었다는 동일시가 아닙니다.

    오히려 영미 쪽에서 한국의 의회정치를 두고 "의회폭력은 고질적인 병폐"라고 말한 건 자신들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오만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지요.

    이건 제 글쓰기가 미숙한 탓이니...OTL
  • 아놔 그래도 좀 2008/12/21 10:17 # 삭제 답글

    자유민주주의라는 원칙은 공유하고 삽시다. 헌법은 사회구성원들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고, 그 헌법에서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요즘 보면 이명박 '가카' 덕분에 우파의 껍질을 뒤집어쓴 파시스트들이 속속 커밍아웃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적어도 우파의 사상적 기반은 자유주의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독재는 공산주의의 공산당 일당 독재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우파의 가장 큰 적이고요.

    합리적인 우파를 자처하신다는 분이 개발독재를 용인한다는 말씀을 하시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진명행 같은 양반이야 대놓고 파시스트니 포기했습니다만 말이죠.
  • 요조 2008/12/21 13:39 #

    박정희가 21세기에 돌아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반면 박정희는 계몽군주 내지 군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별로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고 싶지는 않습니다. 소급적용이냐 아니냐의 차이죠.

    그리고 남의 블로그에서 늘어지게 떠벌거려서 미안하긴 하지만서도, 비로그인 쓰는 거 보니 당신도 박정희를 용인하고 있는 것 같네요. 70년대에 익명투서 날려대는 거랑 비로그인 악플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으니... 언론의 자유도 책임이 따라야지, 자기 자신이 70년대식 익명투서 날려대면서 개발독재 용인이란 표현 꼬투리 잡고 아싸 까자 하면 뭐...
  • leopord 2008/12/21 14:07 # 답글

    아놔 그래도 좀 님// 우선 우파의 껍질을 뒤집어 쓴 파시스트들이 속속 커밍아웃하고 있다는 '느낌'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뉴라이트는 단순히 보수주의자나 신자유주의자(이 개념도 애매합니다...흠;;;)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애매모호함이 있어요. 거기다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_-열정적이기까지 하지요! 대중을 선동하는 열성적인 극우정치, 그것이 파시즘이라면 딱 맞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합리적인 우파를 자처한다는 건...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긍정한다는 것 때문인가요? 단순히 그렇게 나뉜다면 전 회색분자가 되겠군요.^^;; 제 정치적 포지션은 좌파입니다만.


    요조 님// 계몽군주의 역사적 역할만 따지고 본다면 박정희도 그렇게 볼 수 있겠지요. 국가를 근대화시키고 민중을 계몽하려는 시도가 권력의 기반을 확고히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면 더더욱.

    하지만 민주공화정에서 계몽군주적 지도자란 결국 참주인 거죠. 박정희는 야심차고 유능한 사람이긴 했지만 영속적인 권력에 대한 야심이 그를 '유능한 우파 개혁자'에서 '교활한 독재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계몽군주라는 정체성은 그닥 맞지 않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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