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출범을 축하하며 현실정치비판


왜 우리에겐 저런 지도자가 없는가 생각지 말자. 왜 우린 저런 지도자를 만들 수 없었는가를 생각하자. 혹은 왜 우린 저런 지도자를 욕망하는가를 되짚어보자. 사람이 타죽어도 자업자득 운운하는 상황에서 바다 건너 나라를 부러워할 자격이 우리에겐 없는 것 같다.

오바마 정부는 경제회생과 이라크 전쟁 종결, 상존하는 인종문제 해결 등 난제에 봉착해 있다. 이런 난제가 없었다면 오바마의 당선이 가능했을까? 늘 희망과 가능성을 역설하는, Yes We Can으로 무장한 이 담대한 남자가 통치하는 미국은 과연 21세기의 부드러운 패권(Soft Hegemony)을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통화주의/공공선택이론/합리적 기대이론의 뒷받침을 받을 수 없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버리고,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하는 커다란 과제가 눈앞에 있다. 이를 단순히 케인즈주의적 정부주도 경제복귀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시장이 사회를 먹어치운 현재, 사회가 시장의 야만을 다스릴 수 있는 경제로 나아가길 바란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미결과제인 한미 FTA의 재협상과 북핵문제, 그리고 한미동맹이 있다. 북한이 통미봉남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현재,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하는 걸로 봐서는 혼선이 빚어질 것이 명백하다. 오바마의 취임이 한국 정부에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를 명징하게 보여줄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다. 하지만 미국이 갖는 세계위상 때문에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자리다. 그의 경제개혁과 교육·의료개혁이 성공을 거두어 미국내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 이라크 전쟁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분쟁을 평화적으로 중재해나가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테러와의 전쟁' 담론에 휘말려 아프간 전쟁을 지속하는 일도 중단했으면 한다. 자국이 갖고 있는 힘을 현명하게 사용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좌파들이 그에게서 얻어갈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오바마가 좌파가 아님을 안다. 중요한 건 좌파인 오바마가 아니라 지도자 오바마이기 때문이다.).

capcold님의 포스트 <용산 철거민 과잉진압 사태의 토막들>을 읽으면서 앞뒤상황 재지 않고 인명에 대해 무책임한 비난만을 일삼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더욱 절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권력과 시위대 사이에서 종적을 감춰버린 용역깡패들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난다. 이 가면을 벗은 자본주의 속에서 우린 살고 있다. '돈은 공권력보다 조낸 강하다'는 여지없는 진실 앞에서, 우리는 오바마를 부러워만 할 수 없다.

좌우와 흑백을 넘어 하나의 미국을 만들자는 오바마의 통합 메시지에서 우리가 추려내야 할 것은 주사파식의 '닥치고 대동단결'도 아니고, 잔혹과 합리를 구분 못하는 쿨게이질도 아니다.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진짜 톨레랑스다. 좀 사람 사는 맛이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그 소박함 하나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다. 관용과 협력으로 가는 길이 너무 멀다. 막막하다. 올해도 이 머나먼 목표를 향한 또 하나의 여정임을 믿으면서 걸어갈 수 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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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산왕 2009/01/21 16:34 # 답글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니 정말 가슴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과거의 명연설로 내용만 남아있는 것들을 리얼타임으로 직접 들은 사람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leopord 2009/01/21 16:55 #

    그런 의미에서 전 게티스버그 연설을 들었을 미국민들의 마음을 상상해 보곤 합니다.
  • 자유로픈 2009/01/21 16:34 # 답글

    헐 첫 문단 어찌 그리 제 생각과 똑같은지!! 우리는 과연 4년 후에 저런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 leopord 2009/01/21 16:55 #

    만들어야 합니다. 안 그럼 큰일나요. 명박이 아래서 이젠 뭘 어떻게 살 수가 없...-_-;;
  • 소시민 2009/01/21 18:24 # 답글

    오바마의 의료개혁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식코'에서 나타난 비극이 꼭 종식됬으면 합니다.
  • leopord 2009/01/22 10:41 #

    네.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미드에서도 묘사되는 미국의료보험의 맹점들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Mitena 2009/01/21 22:22 # 답글

    잘생겼다~ 하악하악~ 역대 최고 미모의 대통령
  • leopord 2009/01/22 10:41 #

    솔직히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에 미남은 별로 없었지. 케네디 정도? 링컨도 얼굴이 울퉁불퉁해서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으니.ㅎ
  • 제리 2009/01/21 22:34 # 답글

    확실히 인물은 인물이라능...'ㅅ'
  • leopord 2009/01/22 10:41 #

    이제 앞으로가 문제이지. 축제는 끝났고 시험대만 남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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