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 님을 위한 행진곡 현실정치비판

김석기, "경찰 매맞는 것 더이상 방치 안돼"
(경향신문 기사)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었다고 한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 기자회견문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격려를 호소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는 이번 용산참사 수사결과 경찰의 정당성이 밝혀진 마당에 사태를 더 이상 정치쟁점화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경찰을 믿어달라고 했다. 경찰이 이유없이 매맞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국민들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십자가에 매달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남는 의문들-경찰과 용역업체의 합동진압 여부, 경찰청장의 통신수신여부라던가-은 둘째치고, 오로지 강고한 법질서의 확립에만 매달리는 김석기 내정자의 모습은 흡사 국가주의 안드로이드를 보는 것만 같다. 무엇을 위한 법인지, 법치주의인지를 망각한 전투기계로서 그는 경찰청장 취임도 못해보고 자리를 떴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경찰 내부의 의견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이번 용산참사에서 김석기 내정자를 비롯한 경찰들이 보호하려는 시민들은 현장 어디에도 없었다. 이는 사건을 조합-세입자 간 이해분쟁수준으로 좁히려는 정부/여당/검찰의 시도와 맥을 같이 한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들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그러나 곧 철거될 예정인) 미개발지구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도시빈민의 삶을 배제한 채, 정부는 이익과 이익의 충돌을 완화하는 중재자인 척할 뿐인 것이다. 그러나 철거현장에서 경찰은 중재자로서의 가면조차 쓰지 않았다. 그 결과가 용산참사 아니었던가.

김석기 내정자의 사퇴는 이런 배경을 두고 일어난 예정된 수순이었다. 한나라당은 이제 김석기가 물러났으니 입법전쟁에서 미디어법안 등 쟁점법안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명박의 법치주의 원칙이 검찰결과와 김석기 자진사퇴를 통해 일관성있게 지켜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여기서 시민사회는 김석기의 사퇴를 두고 마냥 좋아해서는 안 될 일이다. 후임 내정자로 주목받고 있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의 경우도 시위진압에 적극적인 인사로 알려져있다. 정부가 앞으로도 정권의 입맛에 꼭 맞는 치안관료를 뽑을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데, 이젠 잠식당할 영혼도 없을만큼 불안을 고조시키는 셈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김석기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충정을 후세는 기억해줄 거라고 생각했을까. 적어도 동료후배 경찰들은 자신의 노고를 인정해줄 거라고 생각했을까. 최소한 청와대의 '님'은 자기를 알아주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무인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무사의 멘탈리티가 국가주의와 만났을 때, 김 내정자와 같은 전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김석기가 부르는 님을 위한 행진곡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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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자유로픈 2009/02/10 14:44 # 답글

    그리고 이명박은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국민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 解明 2009/02/10 14:49 #

    저는 지난주 토요일에 이명박 정부가 시민을 '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 leopord 2009/02/11 10:45 #

    자유로픈 님//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모두 적.-_-;;
    해명 님// 시민이 적이라니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생각이지요.
  • tranGster 2009/02/10 14:48 # 답글

    현 정부의 최악의 죄악은 정책실패도, 대운하도 아닌 국민분열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생각을 다르게 하는 국민들이 쳐죽일 놈들이고, 전부 쓸어버려야 하는 존재들일까요?
    반대되는 의견은 합의를 통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라지만, 합의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죠.
    같이 보듬어 안고 가야 할 사람들을 의견이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합니다. 하긴 이건 비단 정부만의 잘못이 아니겠지요. 모두의 잘못이겠지만요.
    점점 세상에 서로가 적만 되어 가는군요. 사는게 쉽지는 않겠습니다......
  • leopord 2009/02/11 10:46 #

    이명박은 시대의 아이콘입니다. 적대와 소통불능과 분열의 아이콘...-_-;;
    그래서 단순히 이명박 탓이라고만 해서도 안 되는 것이겠지만요.
  • 원래그런놈 2009/02/10 16:50 # 답글

    그들의 凸학은 과연 어떤 것이고 무엇을 남기려고 하는지.....
  • leopord 2009/02/11 10:47 #

    분열 뒤에 남는 것은 붕괴이지요...-_-;;
  • 소시민 2009/02/10 18:32 # 답글

    시사인을 보니 김석기씨는 말 그대로 자기직무에 충실했던 사람인 것 같더군요. 경찰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확고한 법질서(?) 정립 의지가 뇌리에 박힐 수 밖에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 leopord 2009/02/11 10:48 #

    굉장히 충실하고 또 자기자신에게 엄격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여정부 때 인선되었더라면 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자신의 원칙을 관철시켰을 거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어느 정도 상호견제가 가능했다면 오히려 적절한 인사였을 수도 있을텐데... 그러나 지위나 명예가 무너지는 건 정말 한순간인 것 같습니다.
  • black_H 2009/02/10 23:59 # 답글

    직무에 충실했다면 건물밑에 매트리스라도 까는척이라도 했겠죠...
    그건 직무유기입니다. 무슨 직무에 충실하겠어요...
  • leopord 2009/02/11 10:49 #

    용산참사는 여러가지로 우리사회에 많은 걸 남긴 사건 같습니다. 경찰에게도 시민들에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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