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평가의 한계 : 지지자는 노무현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가? 현실정치비판

노무현 평가의 기준 : 지식인은 노무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라이프펜 님 포스팅)

0. 라이프펜 님이 말씀대로 주말에 포스팅을 하셨다. 좀 일찍 올렸어야 했지만 어쨌든, 간단하게나마 대답이 필요한 것 같다.

1. 역사적 평가와 정략적 평가 : 전체적으로 인상비평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글이지만 여기서도 추려낼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우선 노무현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정략적 평가를 얼마나 구분할 수 있느냐다. 하나의 사건을 역사로 다루기까지 한 세대(약 30년)가 필요하다는 시간개념은 둘째치고라도(물론 모든 현재의 기록은 곧 역사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걸 전제로.), 현재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정략적일 수밖에 없으며 또 그것을 마냥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략적인 행동이다. 친노 입장에서의 정략적인 행동이란 얘기다.

좌파든 우파든 역사적 평가라는 이름을 쉽게 내미는 것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지만, 동시에 정치인 노무현을 온전한 역사적 대상으로 보는 건 너무 성급하고 또 헐겁다. 당대의 역사가는 인물을 포함한 현상 그 자체를 다루며, 한나라당이 취해가려는 노무현과 민주당이 취하려는 노무현,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이 취하려는 노무현 모두를 살필 수밖에 없다. 요컨대 역사적 평가란 정략적 평가를 고려한 종합적인 것이며, 그 평가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라이프펜 님의 주장은 정략적 평가라는 이름으로 모든 평가와 비판을 봉쇄할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격자의 공평한 검토'란 지극히 자의적이다. 노무현에 대한 가장 가까운 사례(이건 사료가 아니라 사례로 받아들여야 맞을 것이다.)를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례라는 것조차 "가까이에서 본 노무현"이라는 범위에서 맴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글자 그대로 가까이에서 노무현을 바라봤다기보다는 심정적이고 정서적으로 가까이에서 본 노무현인 만큼, 그런 인상비평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비판과정을 거쳤을 때에야 사례가 사료가 될 것이다.

2. 의도와 과정/결과 사이의 갭 : 라이프펜 님이 인용한 김혜리-유시민 인터뷰에서 김혜리는 노무현에 대한 평가가 다분히 그의 의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다. 우리네 일상도 그렇지만 현실정치는 더더욱 의도보다 과정을, 과정보다 결과를 중심에 둔다. 그만큼 현실정치가 냉정하다는 것이겠지만, 이 결과라는 것이 시민과 공동체의 생존과 이해에 직결되는 만큼 정치인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결과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또, 아무리 좋은 의도로 진행한 일이라도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해악이 된다면 그것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점에서 진보신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역시 마찬가지 입장에 선다.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책이 추진과정에서 심각한 마찰을 빚고 결과적으로 공동체에 해를 입힌다면? 이 맥락에서야 노무현은 비로소 진보진영의 반면교사이자 넘어야 할 벽이 될 게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모든 기준이 노무현이 되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할 수 없다. 노무현을 폄하해서도 안 되지만, 라이프펜 님의 논리는 자칫 노무현의 정치역정을 아무도 도달한 적 없는 이상적 영역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끼여든 '이희호-김대중'과 '권양숙-노무현' 사이의 비교는 당혹스럽다.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여전히 혈연과 지연, 학연, 혼인관계 등에 기반한 가문 네트워크를 배후에 깔고 있다는 건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역학관계의 독립변수로 간주하는 것은 상당한 착오다. 노무현의 지지기반이 부족한 이유가 단순히 권양숙 여사의 인척관계가 부족해서였을까? 우리나라 현실정치가 고루한 줄서기에 연연하고 있긴 해도, 노무현의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이유는 대통령제 유지와 지구당 폐지를 포함한 정치구조의 문제, 정책실패로 인한 민심이반, 개혁의제와 현실정책 사이의 괴리 등에서 찾는 게 맞다고 본다.

비정규직법안 통과는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인 노무현은 꺼릴만 하지만 행정가 노무현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은 비정규직법안"이란 발상은 '승부사 노무현'을 부각시킬 수는 있어도 과연 그것이 비정규직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평가는 될 수 없다. 올해 결국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재계의 반응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대량해고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에서 법의 내용과 집행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반증하고 있지 않은지(이명박 정부라는 결정적인 변수가 있긴 하지만).

3. 지식인의 역할 : 여기서 다시 1번의 물음이 반복된다. 역사적 평가와 정략적 평가는 얼마나 구분될 수 있을까. 라이프펜 님이 인용한 유시민의 말에는 대중의 인식을 언어로 뽑아내는 탁월한 직관이 담겨있다. 동시에 인간 노무현, 참여정부의 가치와 정책노선, 정치인 노무현 이렇게 구분되지 않고 한꺼번에 묶여서 나오는 것을 분석하는 역할이 지식인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게다. 그렇다면 그렇게 분석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이다. 정략적 평가를 하는 걸 막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하나의 정략적 평가에 대해서는 그와 반대되는 혹은 그에 수긍하나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또 다른 정략적 평가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과연 노무현을 욕되게 하는 일일까?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와 인간 노무현에 대한 온정은 별개다. 봉하마을에서,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에서,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되었던 임시분향소에서 절을 했던 사람들 모두가 노무현의 정치역정에 동의해서 간 것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평가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두시라. 혹은 정략적 평가에 대해 친노 입장의 다른 정략적 평가를 제시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아이콘을 둘러싼 정치적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니까.

4. 지지자는 노무현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가 : 노무현을 공공재라고 부르든 아이콘이라고 부르든, 죽은 노무현은 그 자체로 강력한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 이 상징을 어느 누군가 혹은 특정세력이 전유할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노무현을 끌어들이려 할테니까. 그만큼 노무현에게 정치적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고인이 떠나기 전에 읽었던 책들이 제레미 리프킨의 것이었다는 점. 과연 노무현은 좌우를 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을까? 아마 좌파가 끄집어 내고 싶어하는 것 중에는 이 미지의 전망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는 여전히 '좋은 의도'를 추정하는 선에 멈춰선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라이프펜 님의 글에는 노무현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앞서 있다. 어느 정도 동감하지만 이제 조금씩 그런 단계에서 벗어나야하지 않나 싶다. 본인은 노무현을 떠나보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자신이 인식하는(그리고 이를 '친노' 일반으로 확대하고 싶어하는) 노무현을 지키는 데에 급급한 것 같다. 그래서는 노무현이 보이지 않는다. 전망이,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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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평가의 변명 : 진보지식인은 어떻게 치사해지는가? 2009/06/15 18:55 #

    노무현 평가의 한계 : 지지자는 노무현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가?레오포드가 계속 오독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의 문제를 다시 강조한다.나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제시했다. 정치세력인 진보신당 당원 너희 기준대로 마음대로 <노무현을 평가>해라.그리고 우리도 똑같이 너희가 노무현을 평가한 기준, 그 프레임 그대로 가져다 <진보신당>을 평가하겠다. 이것이 핵심이다. 어째서 이게 문제가 되나? 뭐가 두렵나? 하자니까. 지금 당장 시...... more

  • 왜 신당이 필요한가? 2009/06/21 08:28 #

    왜 신당이 필요한가? 노무현 지지자들에게는 신당이 필요합니다. 언론에서는 대통령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신당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것 처럼 말하지만, 신당에 대한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있었던 이야기 이고,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은 하지 못했지만,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는 아는사람들끼리 모여 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노무현의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 참여정치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우리나라에 있...... more

덧글

  • dcdc 2009/06/15 15:32 # 답글

    노무현을 지킨다기보다는 노무현을 넘어서고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요.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이기고 지는 것'정도로 파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leopord 2009/06/15 21:28 #

    정치는 승부다. 저야말로 그 관점에서 못 벗어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 Jerohm 2009/06/15 16:30 # 답글

    저 글이 지난 번에 leopord 님의 블로그에서 '토론'한 결과인가요? 황당하군요.
  • leopord 2009/06/15 21:29 #

    이 글보다 그 다음 글이 좀 그랬어요, 전...
  • Jerohm 2009/06/15 21:38 # 답글

    방금 저 사람 블로그 가서 살짝 훑어보았습니다. "지식인" 어쩌고 하는데, 레오포드 님 언제 "지식인"에 관한 언급 하신 적이 있으세요? 저 글도 그렇고, 레오포드 님에 대한 추가 글도 그렇고, 왜 전혀 언급하지도 않은 말들을 끌고 와서 궁시렁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 사람, "지식인"으로 취급받고 싶은 모양인데요. 역사적 평가 어쩌고 하더니 이제는 죽은 사람 산 사람 가르는 꼴은, 아무래도 노무현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의 그것처럼 보입니다. 마음 쓰지 마세요.
  • leopord 2009/06/15 21:42 #

    라이프펜 님이 지식인으로 대우받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좀 그러네요.-_-;;
  • 2009/06/16 00:5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leopord 2009/06/16 01:01 #

    어떻게 황당하다는 말씀이신지^^;;
  • 로우 2009/06/17 02:24 # 답글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은 사는구나. 어떻게든 말이다.


    -_-; 흐음..
  • leopord 2009/06/17 02:35 #

    하지만 이 고인을 둘러싼 말은 여전히 많고, 앞으로도 많을테지. 이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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