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게 하나 있었다. 당연히 될 줄 알았다. 문자가 왔다. 안 되겠단다. 뒤통수는 시큰거리는데 어디 하소연할 데 없나 전전긍긍하다가 친구와 대략 40분 정도 통화했다. 허탈해서 웃었다. 통화가 끝나고 끝내,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밤 12시쯤이었다.
고려대 쯤에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밟은 페달을 이제와 다시 돌린다는 게 서운해 안암의 언덕길을 올랐다. 3시간 전 쯤 중랑천을 여러 바퀴 돈 걸 새삼 후회했다. 장딴지가 당긴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10년만에 타보는 자전거였다.
대학로 쯤에서 멈추려고 했다. 기왕 왔으니 종각이나 돌아볼까. 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인적 드문 월요일 새벽인데도 동네 술집과 편의점 앞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한성대입구역을 끼고 도는 골목 한켠의 술집에서 두 남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캡을 눌러쓴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 나 너 좋아해. 그리고 남자의 변명인지 조언인지 알 수 없는 말은 이미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있었다. 여자의 취기는, 아마도 진심이었겠지만, 분명히 남자에게 닿지 못했을 것이다. 취중진담이라는 게 대개 그렇듯이.
새벽중인데도, 오히려 새벽이기 때문에 종로 거리 곳곳은 공사중이다. 이화사거리도, 인사동도, 세종로도 모두 공사중. 늙은 노동자들의 느릿한 손길이 괜히 부산해 보인다. 미대사관 앞의 젊은 전·의경들이 노동자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들이 감지하는 시간은 결국 다를 것이다. 나는 그저 자전거 탄 관찰자로서 그 앞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휭.
여름날 새벽의 바람은 시원했다. 이것 때문에 뛰쳐나온 거다. 그것 뿐이었다. 이화사거리로 돌아오는 길에 샌드위치 하나 사먹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뿌연 연분홍 하늘이 비를 곰살스럽게 뿌려댔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지쳐있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두어 번 헤매어서야 겨우 고려대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유독 어두운 골목이었다.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멈춰섰다. 맥 없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펑크가 난 것이다. 하필이면 왜 여기서. 나는 내 운 없음을 한탄했다.
앞바퀴가 힘없이 늘어진 자전거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내내 투덜거렸다. 나는 왜 이리도 운이 없을까. 오늘 하루가 그랬고, 지금까지도 그랬던 거 같고. 하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는 그 어두운 골목에서 자칫 길을 잘못 들어 영영 헤맬 수도 있었다. 혹은 무언가에 치여 지금처럼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기는 커녕 어딘가에 쓰러져 어쩌면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자신을 상상하며 절망할지 모를 일이었다. 내 친구의 만화에서처럼, 내 담당 수호천사의 필사적인 보호의 결과가 그 유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도 솔직히, 위안은 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두손으로 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건지 생각했다. 단지 한 순간의, 너무나 짧은 격정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엄살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뭔가 결심하기 위해 나온 것 같은데 결국 아무 것도 생각해 둔 게 없었다. 나도 세상이 망하는 것보다, 명박이가 하야하는 것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우선인 소시민에 불과하다. 이 사실이 새삼 슬프지는 않지만 날 지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새벽 3시쯤 되었다. 룸메이트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그새 얼굴이 늙었단다. 쓴웃음을 지었다. 자리에 앉아서야 제대로 피로를 느꼈다. 아이고 엉덩이야 장딴지야.
뭔가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잠부터 자고. 엄마가 남긴 말이 있다 :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셔. 네, 마더.
고려대 쯤에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밟은 페달을 이제와 다시 돌린다는 게 서운해 안암의 언덕길을 올랐다. 3시간 전 쯤 중랑천을 여러 바퀴 돈 걸 새삼 후회했다. 장딴지가 당긴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정말 10년만에 타보는 자전거였다.
대학로 쯤에서 멈추려고 했다. 기왕 왔으니 종각이나 돌아볼까. 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인적 드문 월요일 새벽인데도 동네 술집과 편의점 앞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한성대입구역을 끼고 도는 골목 한켠의 술집에서 두 남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 캡을 눌러쓴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 나 너 좋아해. 그리고 남자의 변명인지 조언인지 알 수 없는 말은 이미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있었다. 여자의 취기는, 아마도 진심이었겠지만, 분명히 남자에게 닿지 못했을 것이다. 취중진담이라는 게 대개 그렇듯이.
새벽중인데도, 오히려 새벽이기 때문에 종로 거리 곳곳은 공사중이다. 이화사거리도, 인사동도, 세종로도 모두 공사중. 늙은 노동자들의 느릿한 손길이 괜히 부산해 보인다. 미대사관 앞의 젊은 전·의경들이 노동자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들이 감지하는 시간은 결국 다를 것이다. 나는 그저 자전거 탄 관찰자로서 그 앞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휭.
여름날 새벽의 바람은 시원했다. 이것 때문에 뛰쳐나온 거다. 그것 뿐이었다. 이화사거리로 돌아오는 길에 샌드위치 하나 사먹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뿌연 연분홍 하늘이 비를 곰살스럽게 뿌려댔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지쳐있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두어 번 헤매어서야 겨우 고려대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유독 어두운 골목이었다.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멈춰섰다. 맥 없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펑크가 난 것이다. 하필이면 왜 여기서. 나는 내 운 없음을 한탄했다.
앞바퀴가 힘없이 늘어진 자전거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내내 투덜거렸다. 나는 왜 이리도 운이 없을까. 오늘 하루가 그랬고, 지금까지도 그랬던 거 같고. 하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는 그 어두운 골목에서 자칫 길을 잘못 들어 영영 헤맬 수도 있었다. 혹은 무언가에 치여 지금처럼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기는 커녕 어딘가에 쓰러져 어쩌면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자신을 상상하며 절망할지 모를 일이었다. 내 친구의 만화에서처럼, 내 담당 수호천사의 필사적인 보호의 결과가 그 유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도 솔직히, 위안은 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두손으로 끌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건지 생각했다. 단지 한 순간의, 너무나 짧은 격정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엄살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뭔가 결심하기 위해 나온 것 같은데 결국 아무 것도 생각해 둔 게 없었다. 나도 세상이 망하는 것보다, 명박이가 하야하는 것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우선인 소시민에 불과하다. 이 사실이 새삼 슬프지는 않지만 날 지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새벽 3시쯤 되었다. 룸메이트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그새 얼굴이 늙었단다. 쓴웃음을 지었다. 자리에 앉아서야 제대로 피로를 느꼈다. 아이고 엉덩이야 장딴지야.
뭔가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잠부터 자고. 엄마가 남긴 말이 있다 :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셔. 네, 마더.












덧글
erte 2009/06/22 10:46 # 삭제 답글
의외로 성북구쪽에 사시는 분이 많으네요. ^^한성대입구쪽이면 저희 동네인데 ㅋㅋㅋ
뭐... 아무래도 어머님의 말씀이 진리겠지요.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시길.
leopord 2009/06/22 18:06 #
한성대 쪽에서 사시는군요.ㅋ 어젠 비도 간간히 내리고 그랬지만 밤길 자전거 괜찮았어요.ㅎ 솔직히 좀 야밤에 장거리 돌아다니는 거 좀 아슬아슬하긴 했다는;감사합니다. 힘낼께요.ㅎ
국화 2009/06/22 21:49 # 답글
역시 마더 ! 중랑천 그 길고긴 천으로 자전거를 끌고간것만으로도 박수 -장딴지 풀어줘야합니다 .
leopord 2009/06/22 22:17 #
근데 자고 나니 많이 풀려서;; 어쨌든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