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drix 포스팅)
0. 무슨 거창한 전망이나 투쟁지침(?), 앞으로의 진행경과에 대한 예측을 얘기하기엔 깜냥이 부족하고, 분노와 성토는 이미 차고 넘치는 거 같다. 물론 capcold 님 말처럼 제발 분노 좀 해야 되는 상황인 건 맞다. 기왕 분노한다면 좀 제대로 분노했으면 하는 게 내 사족.
1. 미디어법이 강행통과되긴 했지만, 그 내용은 초안에 비해 덜 심각하긴 했다. 어디까지나 '덜'. 방송법의 경우 명목상으로는 일단 지상파 방송경영은 2012년까지 유예되었고, 종전의 안이었던 지상파 20%, 보도/종편PP의 49% 지분소유도 각각 10%와 30%로 줄어든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한편, 구독률 20% 이상 신문의 방송진출금지안과 신방 겸영 후 매체합산 시청점유율 30% 초과금지는 죽은 아이 고추 만지는(어머) 식의 사후대책이긴 하지만, 거듭되는 입법전쟁 및 청와대의 압박에 대한 한나라당의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2. Hendrix가 지적한, 방송의 사양산업화에 대해서는 인상비평 외에 딱히 할 말이 없는 관계로 패스. 다만 IPTV법이 눈에 거슬리는데, 사실상 조중동이 바라는 방향은 IPTV로의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일 게다. 많이들 지적한대로, 아마도 동아는 어려울테고 결국엔 조·중, 특히 삼성과 CJ 등 재벌의 진입이 이쪽으로 몰림으로써 당장 주류는 아니어도 성장하는 방송시장인 IPTV 시장에서 자본의 입김이 강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당장 가시화된 성과(?)는 없을테고, 금산분리완화법과 마찬가지로 길을 열어놓은 정도겠지만 언론/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언젠가는 그 힘을 발휘할 테니 긴장 탈 노릇이다.
* 미디어법 내용의 허실에 대한 지적 (원성윤)
- 수치상으로 깎아 내린 게 눈속임으로 보이지 실상은 변한 게 없음.
- 매체합산의 위험성 : 지금 조중동은 ABC 부수 발행 등록을 안하고 있어서 실제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 모름. 일각에서는 89%대라고 하고, 조선이 20%가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 집계시 무가지 빼고 뭐 빼고 하는 식으로 계산해서 10% 초반으로 끼워맞출 것.
- 지상파 소유지분 문제 : 칼라일, 론스타 등 사모펀드를 끼고 지분소유를 한다면 지상파 소유 10%를 나눠서 여러 개로 들어올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애당초 %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음.
- 2012년 지상파 방송 경영 유예 문제 : '경영'이 유예라는 것이지 '지분소유'는 법이 통과됐다고 치면 지금부터 당장 가능. 즉, 방송통신위원회에서 MBC를 민영화 할 경우 조중동 중 누구 하나가 지분 소유를 하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것.
- 법안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완화된 안이 통과됐다고 착각하기 쉬움. 주의!
3. 무엇보다 미디어법 직권상정과 강행통과는 경제적·산업적인 목적보다 정치적인 목적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정치문제였다고 봐야할 게다(물론 이 두 문제는 따로 가지 않긴 하지만, 종종 경제문제가 정치문제를 은폐하곤 하기 때문이다.). 바로 방송장악을 통한 재집권 욕망이다. 또, 아무리 완화된 안이었다곤 해도 사건이 주는 파장은 분명 크다. 우선 반대자들에겐 꽤 강한 타격(패배감과 심리적 위축)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승자(한나라당과 조중동)는 승자대로 역풍에 대한 걱정에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한나라, 환호와 우려 사이>)
4. 여기서 관심사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디어법이 앞으로의 법률논쟁과 정치공방 속에서 얼마만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두 번째는 미디어법 강행통과가 과연 한나라당 및 집권세력의 역풍으로 이어질 것이냐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모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이번 투표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법률논쟁은 결국 소모적인 성격을 띄게 될 것이고(역설적으로, 그건 또한 소모적이어야 한다.), 이는 결국 이어지는 선거들-오는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버티면 법안을 유명무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한다.
5. 문제는 두 번째 관심사에 있다. Hendrix는 어느 정도 선언적인 의미에서 미디어법 강행이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2004년의 노무현 탄핵과 이어진 역풍을 반복하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난 그에 좀 회의적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 일로 더 잃을 민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국개론 마냥 대중은 어차피 망각의 동물이라는 발상에 따른다기보다는, 고정 지지층-강남부자들과 TK, 재벌과 족벌언론 따위-의 지지만 확보할 수 있다면 이 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 정략적인 판단에 바탕하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어진 선거들의 향배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앞으로의 선거들은 예측이나 전망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전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선두로 한 야당들, 특히 좌파정당인 진보신당은 더욱 치밀하게 계획하고 상황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낙관도 비관도 여기선 혼자 자리할 여유가 없다.
6.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서도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박근혜의 뒤통수치기에 혀를 내두르는 분도 있지만, 이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박근혜에게 이득이 될까. 대선이라는 뚜껑은, 결국 따봐야 아는 거니까.
7.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정치인 일반에 대한 혐오를 통해 미디어법 강행을 간접적으로 옹호하는 조선일보의 아젠다(조선일보, <"끌어내" "못 비켜" … 여야 의원 등 500여명 뒤엉켜 난투극>)는 시민으로 하여금 법의 내용이나 민주적 절차의 무시, 내용과 과정이 빚는 정치의 파국보다 그저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에 정치 일반에 대한 혐오만 키우거나, 국회가 제 구실을 못하니 폭력국회를 근절해야 한다는 얄팍한 도덕론에 갇히도록 만든다.
8. 그 점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원내정당들 화이팅. 또 언론노조 화이팅.
덧 : 나 이런 글 정말 오랫만이야. 어머...
덧2 : 결국 단상이 아니라 주구장장 장광설이 되어버렸다. 음...













덧글
stcat 2009/07/23 04:40 # 답글
안녕하세요 본격 우파정당 사회당입니다."원내" 넣으라능.
leopord 2009/07/23 13:08 #
정당 얘기할 때 슷캇 님이 뭔가 지적할 거 같았다능. 원내 넣었다능.
stcat 2009/07/23 13:40 #
ㄲㄲㄲ
용사병지 2009/07/23 06:52 # 삭제 답글
하나하나 개별적인 비판 잘 보았습니다.공감합니다.
leopord 2009/07/23 13:09 #
써놓고 보니 정리글이 되었더군요.ㅎㅎ;
Hendrix 2009/07/23 07:54 # 삭제 답글
"Again 2004가 되는가? 과장된 선동과 당장 내일 대한민국이 내려앉고 수꼴과 이명박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판단은 오히려 아무런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영악하게 대응해야 한다."난 물었다! 그건 알 수 없으니 영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한나라당 집토끼의 20% 지지는 항상 보장이 되어있지. 하지만 거기 바깥에 민주당 15%의 골수 지지자 집단과 65%의 부동층(이택광식으로 중간계급)이 있는데 쉬울까?? 한 번 봐야겠지. 근데 미디어 통제가 완력 통제는 아마 안될 것 같아서 말이지. 그 사그러드는 속도와 현실이 뒤짚이는 속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또 한 편으로 대중의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갖는 지 말이지. '침묵하는 다수'가 기억하는 건 한나라당의 폭거일 까, 아니면 자기이해일까??
생각보다 재미있는 판이 벌어질 수도 있어. (물론 아닐 수도 @.@)
leopord 2009/07/23 13:11 #
영악한 대응이 필요하지.ㅋ 동시에 네 글이 어느 정도 선언적인 의미가 있는 거 같아서 그렇게 썼던 거야.ㅎ침묵하는 다수가 기억하는 게 어느 쪽이냐가 중요하긴 한데, 낙관이나 비관 어느 쪽에 치우치진 말아야겠다.
안셀 2009/07/23 09:47 # 답글
잃어버린 60년을 되찾고 있는 땅나라당..--;;양비론만큼 실제로는 '중립적'이지 못한 것도 참 드문 것 같습니다..
leopord 2009/07/23 13:11 #
양비론이나 기계적 중립 둘 다 위험하죠.
원성윤 2009/07/23 13:53 # 삭제 답글
저거 절대 완화된 거 아닙니다. 수치상으로 깍아 내린 게 눈속임으로 보이지 실상은 변한 게 없어요.매체합산이 얼마나 위험하냐면 지금 조중동은 ABC 부수 발행 등록을 안하고 있어서 실제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되는지 모릅니다. 일각에서는 89%대라고 하고, 조선이 20%가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 집계시에 무가지 빼고 뭐 빼고 하는 식으로 계산해서 10% 초반으로 끼워맞출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무력화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카알라일이나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를 끼고 지분소유를 한다면 지상파 소유 10%를 나눠서 여러개로 들어올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겁니다.
원성윤 2009/07/23 13:58 # 삭제 답글
그리고 경향도 저 표에서 제대로 지적하지를 못했는데 2012년 지상파 방송 경영 유예라는 게 '경영'이 유예라는 것이지 '지분소유'는 법이 통과됐다고 치면 지금부터 당장 가능하다는 겁니다. 즉 방송통신위원회에서 MBC를 민영화 할 경우 조중동 중 누구 하나가 지분 소유를 하고, 2012년 부터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법안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완화된 안이 통과됐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leopord 2009/07/23 15:10 #
좋은 지적 댕큐댕큐.ㅋ 사실 표 말고 경향신문 보도에서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음. 어차피 저거 눈속임인 건 기본 전제로 까는 건데, 그 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거 같네. 원 기자가 얘기한 부분 본문에 삽입하겠음.ㅋ
올비 2009/07/23 14:21 # 답글
미디어법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한 건 제 경우 이게 첨이네요 ^^;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5번 의견에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들에겐 기존 지지층이 중요하지요.
leopord 2009/07/23 15:06 #
미디어법 자체가 문제가 많은 법안인지라, 깔 건 수두룩하죠.^^;;;그런데 기존 지지층 유지만으로는 좀 찝찝한 부분도 있어요. 한나라당이 굉장히 이명박 정부에게 끌려가는 모양새도 있어서요.
세라피타 2009/07/23 21:06 # 답글
5번과 6번 특히 공감입니다. 오늘도 잘 읽었어요 :)
leopord 2009/07/23 23:29 #
아무래도 쉬이 들뜨거나 절망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그드루 자하드 2009/07/23 21:48 # 답글
일단 야권이 할 일 중에 하나는 지역 언론과의 연대라고 봅니다. 강원, 영남, 그 중에서도 보수적인 대구경북 언론들까지 조중동과 재벌에 치일 생각에 미디어법을 반대하더군요.
leopord 2009/07/23 23:34 #
여담이지만 지역신문기자로 살아가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김주완 기자가 생각나는군요.ㅎ;
leanna 2009/07/23 22:52 # 답글
6. 박근혜의 이런 짓 때문에 '선거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하는 걸요.분명히 '뒷'통수를 친 건데, 다들 뒤에는 관심없죠. 대부분의 일반시민들은 배신 보다는 중재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현실정치 오래 해먹었구만 '장기적으로 어떨까'는 어폐죠.
한나라당이 대선에서는 이미 잘나가는 큰 인물보다 자기네들 뜻대로 움직여줄 의외의 인물을 내세워서, 박근혜가 애초에 난항을 겪을 거라 예상하기 때문에, 대선 때문에 경계하진 않을 거지만, 몰이꾼으로써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깨달아 혀를 내두르고 있죠.
물론 제 생각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 '박근혜가 '제일' '더' 나쁘다 ] 라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당연히 지금은 한나라당 까야죠.
잠시나마 '혹시 박근혜가. 팀킬 해줄까. 그런다면 지지할지도 몰라' 했던, 또 수 쓴다고 비웃으면서도 기대를 걸며 놀아났던,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날 뿐입니다;;
leopord 2009/07/24 00:25 #
박근혜의 뒤통수치기와 잠깐의 기대감은, 일단 속상한 일이죠ㅎ;이야기한 두 번째 단락에 어느 정도 공감해요. 하지만 또 앞으로의 한나라당 내 역학관계는 모르는 일이라, 속단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지금은 정말 한나라당 깔 타임이예요.-_-...
피터팬 2009/07/24 02:08 # 삭제 답글
막 100분 토론을 보고 네 글을 읽는다.네 글을 읽으며 5번 글에 대한 내용에 심히 공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도 밀어붙였던 그들의 속내가 너무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다음번 선거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건 단지 나 혼자만일까.
동시에, 다음 번 선거의 결과가 절망으로 다가올까 두려운 것도.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요즘이야.
leopord 2009/07/24 14:33 #
'그들'이 무슨 엄청난 꿍꿍이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 거 같아요. 물론 무시할 수 없는 교활한 소인배들이긴 합니다만. :( 이번 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개개인으로는 패착이 더 많기도 하고요.이어진 선거들이 무척 많은데다, 이건 예측이나 전망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전략의 문제라고 말할 수밖엔 없네요.ㅎ 낙관도 비관도 섣불리하긴 힘든 거 같아요.
오그드루 자하드 2009/07/24 04:06 # 답글
개인적으로는, 최소 8년은 더 반동적 포퓰리즘-지역패권주의-기득권 수호 세력 치하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 터널을 지난 후의 리버럴Liberal과 진보Progressive가 전처럼 선거 한번에 존립이 위협받는 수준은 아닐 거라 생각해 봅니다.
leopord 2009/07/24 14:35 #
그 8년을 가능한 3년으로 줄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겠지만 말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이 터널을 지난 뒤의 리버럴과 진보-민주당, 노무현 지지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의 스펙트럼순으로 배열이 된다면-가 어떻게 변화될지도 주목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