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학기. 개강 첫 주. 무한회귀의 주인장

1. 방학 동안의 우울함과 갑갑함-물론 나름의 재미는 있었지만-을 털어버릴 만큼, 개강 첫 주는 가뿐했고 상쾌했다. 어느 새 서늘해진 바람 때문일 수도 있고, 드디어 마지막 학기라는 약간의 해방감(?) 탓일 수도 있고, 여대생들의 여전히 멋드러진 스타일(...) 때문일 수도 있겠다.

2. 사실 마지막 학기라면 취업 걱정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이 없지는 않으나, 비정규 필진 혹은 객원기자에 불과하고 또 글쟁이의 레벨로 보아도 많이 모자라다는 자각이 든다. 그러나 일단 호들갑스레 움직이지는 않으려고 한다. 눈 앞에 주어진 장애를 차곡차곡 하나씩 넘어가는 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게다. 오히려 마음은 편안하다.

3. 이번 학기에는 수업을 네 개 듣는다. 보통 들을만한 수업 다 들은 4학년 졸업반이라면야 한 두 개, 많아 봐야 세 개쯤 되겠지만 아무래도 때늦은 다전공(이중전공, 복수전공)이라 제2전공 졸업학점을 채우려다 보니... 지난 학기 때처럼(<개강 첫 주 이야기>) 간단하게(?) 과목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

<후생경제학> : <미시경제학> 수업의 후속수업. 미시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경제학 공부의 기본이 되는 과목으로, 여기서 말하는 '후생'이란 welfare를 말함. 원래 후생경제학은 시장의 일반균형과 시장실패 등을 가르치는 과목인데, 우리 학교에서는 <미시경제학> 수업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시장이론(독점적 경쟁시장, 과점시장 등)과 요소시장이론을 마저 배우고, 그 이후에 진짜 후생경제학 파트를 배우게 되어 있다.

<거시경제학> : 처음 복학했을 때 아무 사전지식 없이 무턱대고 응용과목을 공부했다가 피본 경험이 새록새록하다. 그나마 커버가능했던 수업이 <개방거시경제학>(말 그대로, 수출입이 존재하는 개방경제 하에서의 거시경제학)인데, 거시경제 파트를 가르치는 <경제학원론2>와 <개방거시경제학>은 배워놓고, 정작 그 사이의 다리를 놓는 기초과목을 안 배운다는 게 좀 찜찜했다. 덕분에 복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같다...라는 말의 의미. 잘 아실 거라고 본다...) <거시경제학>의 매력은 제대로 공부하고 나면 그 동안 꼬부랑 글자로밖에 안 보였던 신문 경제기사가 제대로 된 글자로 보인다는 것이랄까...-_-;;

<네트워크 경제학> : 지난 학기 <경제사와 세계경제>, <한국경제론>을 가르쳤던 최배근 교수님 수업. 평소 모든 국민경제 사이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경제'와, 생산업보다 금융·서비스업 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무형재 경제'에 대해 지난 학기 때 워낙 자주 얘기듣다 보니 이젠 무척 익숙하다. 사실 꾸벅 졸면서 듣고 있다.-_-;;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제의 네트워크화와 탈근대화의 과정/결과라는 입장이라 '지금/여기'에 상당히 유효한 듯도.

<전략과 게임> : 말 그대로, '게임이론'을 배우는 과목. '죄수의 딜레마' 라던가 '(제한된 상황에서의) 치킨게임' 같은 아이디어로 충분히 익숙한 이론. 사실 경제학에서는 과점시장에서의 기업 간 갈등과 협조를 주로 다루지만, 여기선 게임이론 전반을 총체적으로 다룰 듯도. 내쉬의 균형이론은 차라리 쉬운 편이라 불리고, 쿠르노 모형이라던가 버트런드 모형 등이 일단 장애물. 과연 존내쉬의 존내쉬운수학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인가?! -_-;;;; 그럼에도 이번 학기 가장 충실하고 재미있는 수업이 될 것 같다. (근데 학점은?!)

4. 이제와 새삼 경제학과의 다른 과목들을 배우지 못하는 게 참 아쉽다. <계량경제학>도, <재정학>도, <도시및지역경제>(지역경제학)도 듣지 못한 게 특히. 처음 경제학과 다전공할 때 들었던 <조세론>과 <자본시장이론>도 다시 들어서 내용도 복기하고 학점도 만회하고 싶지만, 그건 좀 욕심 같다. 애초부터 기초가 탄탄해야 들을 수 있는 수업이었으니까. 경제학을 배워서 좋은 점이 있다면, 그래도 정치학보다 좀 더 정치(정밀하고 치밀)하달까. 정치학은 정치사상을 배우는 재미가 가장 컸고, 또 나름의 정당모형 등으로 이론화 작업이 있지만 이렇게 하나씩 단계를 밟으며 차근차근 레벨을 높여가는 재미는 없었던 것 같다. 많이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즐거운 경험이다.

5. 이번 학기로 정말 마지막이다. 이 즐겁고도 지루했던 시간을 잘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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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abipero 2009/09/03 23:49 # 답글

    학기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장래같은건 아무래도 좋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건 만화주인공만의 특권 같습니다. 저도 학기 시작하게 되니 새삼스럽게 장래 생각을 하게 되네요. 차분히 한 걸음씩 그 앞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 leopord 2009/09/04 12:27 #

    "장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만화 주인공만의 특권인지도 모르겠어요. 하긴 이제 만화에서도 이런 말 잘 안 하겠지만.ㅎ

    지금 이 마음이 꾸준했으면 좋겠어요. 좀 흔들려도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타비페로 님도 한 걸음씩 잘 밟아나가시길 바라요.ㅎ
  • 耿君 2009/09/04 00:31 # 답글

    저는 개강 러시 속 과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ㅠㅠ
  • leopord 2009/09/04 12:27 #

    그러고 보니 지난 달에 한 번 뵙기로 해놓고 못 뵈었군요;;; 개강 러시 지나고 뵙죠! 혹시라도 건대 오시면 우마이도라도.ㅎㅎ;
  • rainy 2009/09/04 01:15 # 답글

    글써서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을 알듯말듯 합니다(...). 기껏해야 이런 근황 이야기에만 답글을 달 수밖에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수고하시란 말 덧붙여둡니다.
  • leopord 2009/09/04 12:28 #

    근황 이야기에만 답글을 달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쁘시다는 말씀이시죠?ㅎ 글 써서 먹고 살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엔 전 아직 좀 멀었고요.ㅎㅎ; 말씀하신 그대로, 수고하겠습니다. :D
  • 루아 2009/09/04 09:44 # 답글

    저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랍니다. 힘내세요!!
  • leopord 2009/09/04 12:29 #

    앗. 그러셨군요. 마무리 잘 끝내시길 바라요. 루아 님도 힘내세요-ㅎ
  • 일리아스 2009/09/04 11:11 # 답글

    아.... 곧 졸업이시군요. 마무리 잘 하시길! ㅎㅎ
  • leopord 2009/09/04 12:29 #

    감사합니다.ㅎ
  • Lena 2009/09/04 21:27 # 답글

    하악 저도 이번 가을부터는 the economist를 신청해서 보려고 하는데, 경제학 수업들을 보니 흥미...라기 보다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아 ;ㅁ; 화이팅 하셔서 학기 마무리 잘 하시길!
  • leopord 2009/09/05 01:42 #

    에이. 공학은 전공하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민망합니다!ㅎㅎ 레나 님도 화이팅!
  • Hendrix 2009/09/04 23:28 # 삭제 답글

    난 다시 시작된 학교 생활이 너무 빡센데 즐거워. 확실히 SM의 기운이 있었던게야... 하.
  • leopord 2009/09/05 01:42 #

    변태ㅋ 재밌게 햐.
  • 세라피타 2009/09/05 10:55 # 답글

    와아- 마지막 게임이론...뭐 나오는 모형은 모르는 단어지만 () 재밌겠네요

    즐강하시고 마무리 잘 하세요 :)
  • leopord 2009/09/05 12:06 #

    게임이론. 재밌어 보이죠? ...하지만 현실은... (후우)

    그래도 재밌게 공부해 봤으면 좋겠어요. 세라피타 님도 즐강하시길!ㅎ
  • 2009/09/05 15:0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leopord 2009/09/06 19:18 #

    아유. 이런 말씀 하나하나가 저에겐 단물 같답니다.ㅎ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매 순간 충분히 느끼고 즐기며 사는 거 말이에요.

    경제학은 참 매력적이에요. 배우면 배울 수록 재밌는 측면이 많고... 그런데 조금씩 알면 알수록, 겨우 학부 1년 반 정도(다전공 기간) 배운 걸 가지고 "저 경제학 공부했습니다"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한다는 거에요.-_-;;; 결국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는 수밖엔;;

    더 활발하게 살겠습니다! 더 재기있게 살아야 하는데, 전 좀 노회한(?) 구석이 있는 거 같아요; 이건 반성을 한다고 해서 고쳐지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러려니...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신나게 살겠습니다~
  • 륜돌이 2009/09/07 00:59 # 답글

    김일병.. 김일병이라도 이 전쟁터를 빠져나가ㄱ......... 어서... 쿨럭
  • leopord 2009/09/08 00:45 #

    메딕! 메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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