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에 대해
(이택광 님 포스팅)
1. 일전에 썼던 <용서에 대하여>는 사실 카렌(김현진)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의 맥락과 주어를 생략하고 나니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어떤 사람은 헬라한테 병주고 약주냐며 낄낄대고 떠나더라.). 그게 벌써 6월달 일이다. 가끔 검색어 순위를 살펴볼 때 '카렌 김현진'이 자꾸 나와서 그냥 김현진이 유명하니까, 새 책 나왔으니까 그런가 보다 싶었다.
2. 이택광의 글을 읽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싶어서 찾아보다 듀나 게시판에 들어갔다. <작가한테 글을 도용당했다는 블로거가 있네요>에선 김현진의 사생활과 성격 그리고 그녀의 진보적 글쓰기에 대한 논란도 오갔다. 날짜를 보니 이미 지난 주 일이어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뒷북이다. 사건(?)의 요지는 어느 블로거가 김현진이 자기 책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무단으로 써넣었다는 것이다.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써넣었는지 아직 읽지 못해 알 순 없지만, 그 블로거가 바로 6월달에 김현진이 블로그를 닫게 되었던 계기였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듀게에 링크된 이글루의 이름은 <사과문과 각서를 받았습니다>이고, 게시물은 모두 비공개 처리되었다.). 쌍방 사이의 관계만 놓고 본다면 이미 끝난 이야기다. 6월의 폭행시비 이후로 김현진은 블로그를 닫았고 인터넷도 거의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녀가 쓰는 글만은 꾸준히 한겨레와 시사IN, PD저널 등에 오르고 있을 뿐이다.
3. 칼럼니스트 혹은 에세이스트 김현진. 그게 그녀를 수식하는 언어다. 간혹 작가 김현진이 붙기도 하지만, '서사'를 인쇄물로, 그것도 '성공적으로' 내지 않으면 작가로 쉬이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작가 김현진은 애매한 이름이기도 하다. 적어도 글로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김현진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늘 온 몸으로 살고, 살아간 삶의 흔적을, 그 빛깔과 눅눅한 때마저도 활자의 세계로 온전히 끌고 들어간다. 저마다 김현진을 응원하는 것도, 혐오하는 것도 이 때문일게다. 이택광은 언젠가 '20대 논객'으로 불려지는 세 사람 중에 한윤형은 본전, 김현진은 손해, 노정태는 이익이라고 지적했는데, 그 지적은 적어도 김현진에 대해서는 옳다. 딱히 논객으로 활동하지도 않았거니와 누구나 쉬이 책을 낼 수 있는 웹2.0 시대 이전부터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중견(?) 작가이기 때문이다.
4. 김현진의 주요한 강점이자 위험한 점은 변신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녀의 변신은 또한 종종 근본적이다. 성추행범에게 쫓긴 경험을 토대로 자기 몸을 지키겠다며 브라질 유술을 배우고 이종격투기를 연구(?)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쓴다던가, 기륭전자 농성장에 온 몸을 내던져 연대단식을 하고, "최선의 연대는 입금"이라면서 바자회를 열고 후원금을 전한다던가. 삶의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들에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끌어안고 펑펑 운 뒤엔 있는 힘껏 써낸다. 그러고 보면 김현진의 글은 늘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면 쓸 수 없다는 고집이 있다. 그녀가 예수나 부처라는 게 아니다. 그저 천형(天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여러 작가들처럼, 그녀에게 글은 끊임없이 쓰지 않으면 안 될 천형일 게다.
5. 그렇기에 글 속의 김현진이 끊임없이 변화해나간다는 게 당혹스러움은 물론, 글 속의 김현진과 실제의 김현진이 다를 수 있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적잖이 놀라는 것 같다. 공과 사를 엄격히 분리해나간다는 게 쉽진 않지만, 이 둘 사이의 일치를 요구하는 것도 과한 것 같다. 더군다나 '진보'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요구치가 턱없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김현진이 서 있는 입지는 공격받기 너무나 좋다. 게다가 여자다. 이보다 좋은 먹잇감이 어디 있단 말인가?! 김현진의 언행불일치에 대한 공격은 언뜻 도덕적 우위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과 진보를 연결하면서 "김현진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논하는 저열함에는 어떠한 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내게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용산에서 불에 타 죽은 사람을 위해서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6. 그러거나 말거나 김현진은 계속 살아나갈 거고 글을 쓸 것이다. 김현진은 철의 여인이 아니다. 완벽하기는 커녕 헛점투성이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기엔 너무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현진이 던지는(오히라 미쓰요의 동명의 에세이 제목을 인용하자면)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라는 말의 무게는 그녀가 지닌 무수한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녀는 처음 책을 냈을 때부터 이른바 '진보의 신진 담론'으로 소비되어 왔고, 지금도 '20대 여성의 생존법'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재밌는 건 그녀의 책을 무슨 자기계발서나 자기자랑서의 일종으로 아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이다.). 그 뒤의 김현진을 나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먼 훗날, 토드 헤인즈가 영화 <I'm not there>에서 묘사했던 밥 딜런처럼, 그녀는 여러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속단하지 말고, 그저 꾸준히 지켜봐 주시라.
(이택광 님 포스팅)
1. 일전에 썼던 <용서에 대하여>는 사실 카렌(김현진)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의 맥락과 주어를 생략하고 나니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어떤 사람은 헬라한테 병주고 약주냐며 낄낄대고 떠나더라.). 그게 벌써 6월달 일이다. 가끔 검색어 순위를 살펴볼 때 '카렌 김현진'이 자꾸 나와서 그냥 김현진이 유명하니까, 새 책 나왔으니까 그런가 보다 싶었다.
2. 이택광의 글을 읽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싶어서 찾아보다 듀나 게시판에 들어갔다. <작가한테 글을 도용당했다는 블로거가 있네요>에선 김현진의 사생활과 성격 그리고 그녀의 진보적 글쓰기에 대한 논란도 오갔다. 날짜를 보니 이미 지난 주 일이어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뒷북이다. 사건(?)의 요지는 어느 블로거가 김현진이 자기 책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무단으로 써넣었다는 것이다.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써넣었는지 아직 읽지 못해 알 순 없지만, 그 블로거가 바로 6월달에 김현진이 블로그를 닫게 되었던 계기였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듀게에 링크된 이글루의 이름은 <사과문과 각서를 받았습니다>이고, 게시물은 모두 비공개 처리되었다.). 쌍방 사이의 관계만 놓고 본다면 이미 끝난 이야기다. 6월의 폭행시비 이후로 김현진은 블로그를 닫았고 인터넷도 거의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녀가 쓰는 글만은 꾸준히 한겨레와 시사IN, PD저널 등에 오르고 있을 뿐이다.
3. 칼럼니스트 혹은 에세이스트 김현진. 그게 그녀를 수식하는 언어다. 간혹 작가 김현진이 붙기도 하지만, '서사'를 인쇄물로, 그것도 '성공적으로' 내지 않으면 작가로 쉬이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서 작가 김현진은 애매한 이름이기도 하다. 적어도 글로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김현진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늘 온 몸으로 살고, 살아간 삶의 흔적을, 그 빛깔과 눅눅한 때마저도 활자의 세계로 온전히 끌고 들어간다. 저마다 김현진을 응원하는 것도, 혐오하는 것도 이 때문일게다. 이택광은 언젠가 '20대 논객'으로 불려지는 세 사람 중에 한윤형은 본전, 김현진은 손해, 노정태는 이익이라고 지적했는데, 그 지적은 적어도 김현진에 대해서는 옳다. 딱히 논객으로 활동하지도 않았거니와 누구나 쉬이 책을 낼 수 있는 웹2.0 시대 이전부터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중견(?) 작가이기 때문이다.
4. 김현진의 주요한 강점이자 위험한 점은 변신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녀의 변신은 또한 종종 근본적이다. 성추행범에게 쫓긴 경험을 토대로 자기 몸을 지키겠다며 브라질 유술을 배우고 이종격투기를 연구(?)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쓴다던가, 기륭전자 농성장에 온 몸을 내던져 연대단식을 하고, "최선의 연대는 입금"이라면서 바자회를 열고 후원금을 전한다던가. 삶의 현장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들에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끌어안고 펑펑 운 뒤엔 있는 힘껏 써낸다. 그러고 보면 김현진의 글은 늘 자신의 이야기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면 쓸 수 없다는 고집이 있다. 그녀가 예수나 부처라는 게 아니다. 그저 천형(天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여러 작가들처럼, 그녀에게 글은 끊임없이 쓰지 않으면 안 될 천형일 게다.
5. 그렇기에 글 속의 김현진이 끊임없이 변화해나간다는 게 당혹스러움은 물론, 글 속의 김현진과 실제의 김현진이 다를 수 있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적잖이 놀라는 것 같다. 공과 사를 엄격히 분리해나간다는 게 쉽진 않지만, 이 둘 사이의 일치를 요구하는 것도 과한 것 같다. 더군다나 '진보'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에 대한 요구치가 턱없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김현진이 서 있는 입지는 공격받기 너무나 좋다. 게다가 여자다. 이보다 좋은 먹잇감이 어디 있단 말인가?! 김현진의 언행불일치에 대한 공격은 언뜻 도덕적 우위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과 진보를 연결하면서 "김현진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논하는 저열함에는 어떠한 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내게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용산에서 불에 타 죽은 사람을 위해서 울어본 적이 있습니까?
6. 그러거나 말거나 김현진은 계속 살아나갈 거고 글을 쓸 것이다. 김현진은 철의 여인이 아니다. 완벽하기는 커녕 헛점투성이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기엔 너무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현진이 던지는(오히라 미쓰요의 동명의 에세이 제목을 인용하자면)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라는 말의 무게는 그녀가 지닌 무수한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녀는 처음 책을 냈을 때부터 이른바 '진보의 신진 담론'으로 소비되어 왔고, 지금도 '20대 여성의 생존법'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재밌는 건 그녀의 책을 무슨 자기계발서나 자기자랑서의 일종으로 아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이다.). 그 뒤의 김현진을 나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먼 훗날, 토드 헤인즈가 영화 <I'm not there>에서 묘사했던 밥 딜런처럼, 그녀는 여러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속단하지 말고, 그저 꾸준히 지켜봐 주시라.












덧글
2009/10/11 16: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leopord 2009/10/11 19:34 #
전 좀 속단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오히려 제 말이 더 무책임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만; 흠;
asianote 2009/10/11 16:28 # 답글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저보다 나을 것이라는 것에 별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작은 실수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지 않을까요? 진중권에게 소송을 건 지만원이 처음부터 극우였던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스스로 조심해야 할 듯 싶습니다. 저야 뭐 한윤형님 팬이지 김현진님 팬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좀 잘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니까요.
leopord 2009/10/11 19:36 #
내면이 불안정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부러 동정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죠. 전 그걸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Jerohm 2009/10/11 17:59 # 답글
다른 이야기지만, 20대 논객 어쩌고 하는 글을 볼 때마다 정말이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철지난 무협지를 읽는 기분이랄까요. 얘는 어떻다 쟤는 어떻다 갈라붙이는 것도 그렇고 마치 무공을 비교해보는 것처럼 말이죠.ㅎㅎ 그냥 보고 배우고 혹은 비판하면 될 일인 것 같은데 '사람'에 대해 참 말이 많은 것 같아요.
leopord 2009/10/11 19:39 #
'20대 논객' 이라는 표지에는 양가적인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하나는 '신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기대감이고, 또 하나는 세대론 안에서 인재풀을 보다보니 "20대 치곤 잘 하네" 라는 한계가 반영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점입니다. '논객'이라는 명명법도 이젠 약발이 떨어지지 않는가 싶고.
많이지겹다 2009/10/11 21:23 # 삭제 답글
표절범 전여옥을 10년동안 지켜봤더니, 저런 괴물이 되었다. 표절이라는 도둑질을 하고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자는 미래의 괴물이다. 김현진은 지금 제기되고 있는 두가지 의혹 (표절과 폭행)에대해서 솔직히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누명을 썼으면 썼다고, 억울하다고 말하고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김현진이 무고라면 김현진을 모욕한 자들에게 비판이 쏟아져야 한다.
그러나 김현진의 죄가 누명이 아니라 명백한 죄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룰 구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인정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말할 용기가 없는 자는, 지켜볼 가치가 없다.
레오파드는 '우리편'이 아닌 저쪽의 잘못에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자'고 할텐가?
용산 운운하는데, 앞으로 잘하기를 바라고 그럼 이명박 정권을 끝까지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가?
leopord 2009/10/11 21:52 #
피해자의 블로그 이름이 말해주네요 : <사과문과 각서를 받았습니다> http://sin00.egloos.com/1639472
미스티 2009/10/11 22:09 # 삭제 답글
흔히 진짜 공인인 정치인의 언행일치에 대해선 스무스한 반면공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선 유독 날선 칼날이 오고가는 듯 합니다.
이해 당사자나 사건 당사자들의 분노는 이해하고 토닥여 주고 싶습니다.
저 같아도 엄청 정의롭게 약자의 편에서 분노하면서도 정작 개인적인 행동은 무개념인 사람을
보면 화가 날 테니까요. 더구나 폭력이 오가면.
다만 이건 이해당사자들에서 끝내야 한다는 거죠.
표절이나 도용건은 백번 잘못한 문제이고 말과 행동이 달라 진보의 이미지만 팔아 먹는다고 해도
내가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선 함부로 말할수 없다고 봅니다.
보수보다 진보의 가치가 더 철저하고 더 원리원칙을 요한다는 건 억울한 면이 있지만
그에 따른 비판은 받아들어야 한다고 봐지고요.
실제 모 연예인은 사생활이 난잡한데 배역이나 인터뷰 이미지는 늘 조신하더라.
뭐 이런면과 겹치는 것도 같고.
저는 김현진씨가 제공하는 사회담론이나 이야기들을 즐깁니다. 앞으로 그녀가 쓰는 칼럼을
폭행 사건 이전처럼 잘 챙겨볼지는 의문이지만 그런 담론의 소비로 그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지
(소비 주체나 여론 주체니 외면해 버리면 그뿐)
다른 폭력적 언사들이 오고가는 건 또 다른 잘못이라고 여겨지네요.
그래서 언행일치가 되고 일관적인 삶을 사는 분들이 존경스럽죠.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니까요.
하긴... 중고딩때 날라리 였던 연예인들이 지금 잘 나간다고 가식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사람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누가 누구를 속단할수 있을지 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부족한 사람인지 몰라도.^^)
leopord 2009/10/12 01:00 #
이 글을 쓰고 나서도 저도 생각해 봤어요. 내 친한 사람이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나에게 했을 경우 난 어떻게 할 것인가. 김현진이라는 진보의 아이콘 혹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캐릭터가 아니라 지인(친구) 김현진을 상상해 보는 거죠. 사실 전 제 가까운 사람을 딱 한 번 잘라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저 스스로 수용할 수 없는 걸 쉽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더군요.저도 김현진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성공이나 이런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온전하게 살아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말이죠.
2009/10/11 22:3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leopord 2009/10/12 01:04 #
저는 그를 많이 알지 못합니다.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지요. 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어떤지 저도 잠깐 보았고,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습니다. 과연 그가 완전히 구제불능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가까운 사람이 보기에 너무 힘든 사람이겠지요...
2009/10/11 23:02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leopord 2009/10/12 01:11 #
그 분일 거란 짐작은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피해자가 굳이 표절이라고 말한 것도 이해는 갑니다. 많이 꼬였고, 이미 꼬였고, 잘 풀리진 않을 거 같습니다. 관계라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한 건지 새삼 떠올리게 되네요.
.. 2009/10/11 23:39 # 삭제 답글
듀게에 언급된 것, 저 역시 항상 의아하게 여기는 문제네요.진보 좌파 = 도덕군자는 아닌데 사람들은 왜 그런 걸 기대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범법행위를 우쮸쮸 감싸줘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leopord 2009/10/12 01:12 #
우리나라에서 진보 혹은 좌파로 산다는 건 우파로 사는 것보다 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되는 거 같아요. 물론 여기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우리 사회 특유의 보수성과 도덕주의와 겹치면서 더 운신의 폭이 좁아진 느낌이랄까요.
편성국원 2009/10/12 03:59 #
사람들이 진보 좌파에게 기대하는 건 딱 그 수준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겠지요. 능력은 검증안된 아마추어니, 도덕적이기라도 해라.결국, 도덕성 외엔 컨텐츠가 전무 하다는 얘기...
1111 2009/10/13 20:49 # 삭제
편성국원/헐... 완전 정곡을 찌르셨네요.
들꽃향기 2009/10/14 04:14 #
현실론(?)과 약육강식의 논리로 무장한 보수(아님 수구?)적 논리에 대해서.진보세력 스스로가 학문적 이론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며 일종의 잇점(?)으로 삼은 것 또한 사실이 아닙니까? 더군다나 현실 집권세력이 아니라는 정치적 약점을 그런 도덕성과 정의의 이미지를 통해서 대항해 온 것도 사실이죠.
그런만큼 이제와서 사람들이 왜 도덕주의를 진보에 강요할까?라고 말씀하신다면 대중들은 그걸 오히려 무책임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편성국원님께서 말슴하셨듯이 도덕성 자체를 '컨텐츠'로 삼은 것은 진보세력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니깐요.
2009/10/12 08:5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leopord 2009/10/12 21:20 #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선, 두 분은 원래 아는 사이였고 사건이 나기 전만 해도 책에 이야기가 들어가는 것이 엄청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답니다. 문제는 폭행 이후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데 있었죠. 글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의 실수와 잘못, 피해자의 감정이 얽히면서 블로그에 글이 올라갔고, 말이 돌고 돌면서 커진 것 같아요.전 김현진이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글에서 그런 내용이 잘 보이지 않아 잘못을 아예 덮으려고 보였다면 제가 과문한 탓이고요. 사실 이 문제는 '표절'이 아니라 처음부터 '폭력'에 방점이 찍혀있었고, 여기에 대해 김현진은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인간 김현진과 글쟁이 김현진이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지만, 전 인간 김현진의 약점을 비난하는 걸 넘어 글쟁이 김현진이라는 '캐릭터'마저 완전히 제거해 버리려드는 듯한 '사회적 매장' 발언에 대해선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행은 그 두 사람의 인간관계 및 법적문제이고, 김현진의 언행불일치 역시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해도, "그런 년은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해야한다", "진보의 탈을 쓰고 제 유명세만 찾는다"는 말에 반대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님의 말씀 잘 알 거 같아요. 여러모로 반면교사가 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단인 2009/10/12 09:09 # 답글
음..저야 전후 상황 맥락을 모르는 일이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위에 어떤 분의 지적처럼 진보=도덕성으로 치환되는 것은 살짝 짜증이 나네요. 사람들은 너무 영웅만을 바라는 듯...'지들은 뭐 실수 안하고 사나...' 라고 하면 조두순 사건을 들먹이면서 '욕먹을 짓을 했으니 욕먹어도 싸다' 드립에는 그야말로 아연실색... 갖다붙일 예가 따로 있지...
leopord 2009/10/12 21:21 #
많은 경우, 아니 거의 전부, 말이 커지면서 진보=도덕성 이야기가 나오는 건 사실관계를 무시하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전에 덧글을 달아주신 어떤 분은 진보로서 도덕적·윤리적 무결점을 요구받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셨지만... 전 그에 온전히 동의할 수가 없더라고요.
글도용 2009/10/13 21:35 # 삭제 답글
문제가 김씨만의 문제인가요? 여기 모씨도 글 도용했는데 그때는 아무도 뭐라하지 않더니 왜 김씨한테만 글 쓰는 사람의 윤리 문제를 요구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
저도 한마디 2009/10/14 20:42 # 삭제 답글
김현진씨의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아오면서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드러내는 그 솔직함에 당혹스러울 정도였는데 최근 김현진씨에게 정신적 집단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모든 글과 행동을 다 거짓이고 가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김현진씨가 알콜의존증이 있고 자신의 삶을 추스리는 것을 버거워한다는 것은 그녀의 블로그를 보면 당연히 알고 있을텐데, 그리고 그녀의 글들이 결코 자신이 우월하거나 남을 가르칠 만큼 잘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으니 당신도 힘을 내~, 뭐 이런 의미를 담고 있을 뿐이란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들 악에 받쳐 물어뜯는지...한동안 그녀를 까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이 이토록 증오심에 차있는 것일까 이해하려고 찾아봤었습니다.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분명한 건 그분들의 글이 타인에 대해 상당히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공통점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한번 미워하기로 결정하면 모든 정보가 그 목적에 따라 해석되고 처리되더군요. 그리고 대체로 젊은 여성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아주 솔직히 말하면 무의식적인 콤플렉스도 작용하지 않나 의심이 되었습니다.( 그분들도 글을 잘 쓰고 솔직한 편이라 사실 김현진씨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놀랄 정도였습니다. 다만 한가지 차이점은 제가 김현진씨의 블로그에 끌린 계기가 되었던, 인간에 대한 정,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 이런 부분들이 그분들 글에서는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똑부러진 비판과 냉소, 풍자, 그러나 그 것으로 끝인 글들...)
좀 장황하게 썼습니다만 김현진씨가 부디 알콜의존증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급조된 술자리에서 한두번 만난 사람들을 상대로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주사를 부리면서도 무사할 수 있을만큼 너그러운 세상이 아니란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으시면 좋겠습니다.
츄이 2009/10/15 09:20 # 답글
진보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도덕의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 공감합니다. 김현진이 공격받기 쉬운 대상이라는 것도, 그리고 쉽게 더이상 글을 쓰지 말라고 하는 논리의 저열함에도..개별의 사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겠으나
평소 생활에서 있었던 사건을 근거로 삼아 그 사람의 그간의 성과도 모조리 싸잡이 무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봅니다. 그리고 아직 젊은 20대인데,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것. 지나친 요구 아닌가요? 아직 실수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만들어져가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쉽게 진보의 잣대를 들이밀며 김현진은 글을 쓸 도덕적 기반을 상실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렇게 달려들어 그 사람의 그간의 노력과 성과마저 싸잡아 뭉개는 사람들. 과연 그 사람들은 얼마나 흠없이 완벽한 존재이며, 진보라는 개념이 성장하는 데 얼마나 밑거름이 된 사람들인지 궁금하네요.